뭔가 리뷰

월 플라워 / 스티븐 크로보키

몽키0530 2015. 2. 19. 00:57



월플라워 (2013)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8.8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로건 레먼, 엠마 왓슨, 에즈라 밀러, 니나 도브레브, 메이 휘트먼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02 분 | 2013-04-11
글쓴이 평점  

 다들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상처들은 언제나 상대적이기에 어느 것이 크다, 작다 말할 수는 없다. 어쨌든 확실한 건, 그 상처 -자신이 바라는 것과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의 부조화- 로 인해서 고통이 파생된다. 

 

 그 고통은 스스로를 자학하게 만들기도 하고 보편의 기준에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것은 세상의 관점에서 부적응자, 불량품, 사이코 쯤으로 규정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정의들은 정의 내려진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만들고, 궁극에는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여기서도 세 인물이 있다. 

 

패트릭(이즈라 밀러), 샘(엠마 왓슨), 그리고 찰리(로건 레먼).

 

-패트릭과 샘은 이복형제다. 샘의 엄마는 능력 없는 아빠를 버리고 새 아빠를 만났다고 한다. 

 

-패트릭은 남자지만 남자를 좋아한다.  학교에서 최고의 말썽쟁이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혐오하는  기준에 대한 반항심(세상의 기준에 놓았기에 '반항'이라는 단어도 나오는 거겠지. 반항이라는 단어를 쓰기 싫지만 어휘가 떨어져서 하는 수 없다.)일지도 모른다. 장난스럽고, 소외된 찰리를 남들 눈치 안 보고 스스럼 없이 대하는 것은 '부적응자'로서의 유대였을 것이다. 

 

-샘은 11살 때 아버지의 상사에 의해 '성적인 일'을 당했다. 그 이후로 만나는 남자들은 다 그런 놈들. 샘과 사귀면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는, 혹은 함부로 샘을 다루는 남자들만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겉으로는 활달해 보이지만, 언제나 속에 응어리를 쌓아두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찾고 듣고, 듣는다. 무엇보다 샘은 터널을 좋아하는데, 터널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최고 볼륨으로 켜놓고 트럭 뒷칸에서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는 일(이정도로 밖에 표현 못하겠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터널'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면 언제나 어둠, 혹은 시련 이라는 잔뿌리들이 삐져나오는데 월플라워에서의 터널은 언제나 환하다. 밖이 어두울수록 터널에는 불이들어오고 환해진다. 그 터널을 빠르고 자유롭고 아름답게 패트릭, 샘, 찰리는 함께 지나간다. 그건 그들이 겪고 있는 성장의 시간, 성장통의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찰리는 어릴적에 고모를 참 좋아했다. 고모는 자신을 폭행하는 남자친구(혹은 남편)을 만났지만, 그 시련을 이겨 낸 사람이고, 누구보다 찰리를 좋아하고 아꼈던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크리스마스 날, 찰리의 고모는 선물을 가지러가다가 교통사고로 인해 죽게 된다. 그건 십년 가까이 흐른 청소년기의 찰리에게 여전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심지어, 5년동안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친구 마이클이 자살을 한다. 자신을 좋아하던 사람, 지켜주던 사람, 유일한 친구 마저 잃어버린 찰리에게 학교는 위협적인 곳이고 그를 조롱하는 곳이며, 그를 위축되고 작게 만드는 곳이 되어 버린다.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민게 패트릭이고 샘. 

 

셋은 친구가 될 수밖에, 혹은 그 이상의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는 상처들을 가졌다.

 

영화는  찰리의 시점에서 진행되며, 시종일관 편지 형식으로 진행된다. 찰리의 죽은 친구 마이클에게 보내는 편지 말이다.  누군가의 편지, 혹은 사연을 엿보는 형식의 재미도 있는가 하면, 편지는 간접적으로 관객들을 향해 말을 건다. 자신이 받은 상처로 인해서, 어느 부분이 죽어버린, 잃어버린 사람들, 그건 누구나 있으니까. 

 

 

-Why do nice people choose the wrong people to date?

-왜 좋은 사람들은 못난 사람들과 사귀죠?

-We accept the love we think we deserve.

-사람은 자기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만큼만 사랑받기 마련이란다.

-Can we make them know that they deserve more?

-우리가 그들이 좀 더 나은 사람이란 걸 알려줄 수 있나요?

-We can try.

-노력할 수 있단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열등감을 가진다. 왜 나는 보통 사람처럼, 남들 만큼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없는가. 왜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소외되거나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걸까. 왜 나는 그들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걸까. 왜 나는 남들이 즐기는 시간을 버텨야 하는 것일까. 결국엔 하는 말. 나는 왜 이렇게 못난 걸까.

 

패트릭, 샘, 찰리를 보면 누구도 잘나기만 한 사람은 없다(물론 하버드 대생도 있고 샘은 팬실베니아 대학에 들어가고, 세 배우는 아름답고 연기를 잘하지만 그건 논외). 셋 다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을 사랑할 줄은 모르지만 자신을 사랑 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친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는 앤더슨 선생님이 이미 말한 게 아닌가 싶다. 

사람은 자신이 받아야 하는 것 만큼만 사랑 받는 거라고. 

그 말의 저변에는 

'네가 잘나든 못나든 그걸 인정하고, 그럼에도 스스로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 다면, 넌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고 그 사랑을 누릴 가치가 있어'

라는 말이 깔려 있는 게 아닌 가싶다. '나는 사랑 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또한 '당신 또한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주면서 관계가 시작 되고, 더 이상 상처받은 외톨이는 혼자가 아니다. 

 

웃긴 게, '부적응자들'의 대사다.

 

-Everyone. Raise your glasses to Charlie.

-여러분, 찰리를 위해 잔을 들어요.

-What did I do?

-내가 뭘 했길래?

-You didn't do anything. We just wanna toast to our new friend. You see things. And you understand.

-아무것도. 그저 새로운 우리의 친구를 위해 건배하는 거야. 이것들 보이지. 그리고 넌 알고 있을 거야.

 You're a wallflower. What is it? What's wrong?

넌 월플라워 라는 걸. 왜 그래, 괜찮아?

-I didn't think anyone noticed me.

-사람들이 나에게 주목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

-Well, we didn't think there was anyone cool left to meet. So, come on, everyone.

-여기 있는 모두가 널 혼자 남겨둘만큼 쿨하지 못해. 그러니까, 자 어서, 여러분.

-To charlie.

찰리를 위해.

-Welcome to the island of misfit toys.

-부적응자들의 섬에 온 걸 환영해.

 

 

'부적응자'는 세상의 기준에 들지 못한 사람이다. 즉 소수자이고, 소외된 사람들이며 대다수가 외톨이다. 하지만 만약 '부적응자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부적응자들 속에서는 부적응자는 더이상 부적응자가 아니다. 

 

 다들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 즉, 사람은 누구나 상처가 있다. 라는 것을, 어쩌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어느 일부가 부적응자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세상에 부적응자는 없어지지 않을까. 넌 부적응 자고 나는 적응자야. 너와난 달라, 라는 말이 무의미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