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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미셀 하자나비시우스뭔가 리뷰 2018. 11. 7. 01:30
2015년의 영화들을 보면 굉장히 많은 특수효과와 CG, 현란한 카메라 무빙이 프레임을 채우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냥 이러한 변화를 달갑게 보거나 좋게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열차의 도착>을 계기로 첫 번째 영화를 상영한 이후, 미국의 고전적 할리우드, 독일의 표현주의, 프랑스의 인상주의와 초현실주의를 거치고 2차 세계 대전을 거쳐 장르가 무르익으면서 영화는 수 많은 변천사를 겪음과 동시에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오락성과 정치성,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는 완벽주의에까운 감독들이 인물의 심리와 플롯을 보다 잘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효과들을 고안해 내었으며, 미장센과 프레이밍을 강박증적일 정도로 세심하게 한 까닭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영화라는 것 자체는, 스펙터클(볼거리)을 위한 스펙터클로 남은 경우가 대다수다. 물론, 지금도 수 많은 인디펜던트 필름들이 제작되고 있고, 실험은 계속되고 있지만 관객들이 주로 접하고 볼 수있는 것들은 스토리 라인 보다는 시각을 현혹시키는데 치중된 영화들이 대다수. 그리고 관객들은 이미 그러한 영화의 특성에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것은 한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영화는 감독과 배우만이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론가도 스타가 될 수 있었다. 5개 이상의 영화잡지사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으며, 외국에서 실험적이고 어려워서 상영관을 충분히 얻지 못한 영화들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폭발적인 관객수를 기록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영화는 보다더 첨단화 되고 보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볼거리를 제공할 기술을 가지게 되었고, 바쁘고 가상화된 현대에서 영화는 더 이상 생각할 거리나, 관객이 보지 못한 메시지를 분석해주는 평론가를 스타덤에 올릴 상황이 될 수 없게 됐다.
"영화가 이해가 안 되면, 관객이 무식한 것이지 감독의 잘못은 아니다"라는 90년대와 "영화가 이해가 안 되면 그건 감독의 잘못이지 돈을 낸 관객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2010년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2011년 개봉한 아티스트는 어찌보면 실험영화라 볼 수 있다. 1927년 첫 유성영화 <재즈싱어>가 나오면서 분명 영화는 끊임없는 기술적 발전을 해왔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이전 시대의 영화적 문법을 고수한다. 필름이 사라지고 디지털이 영화기록을 대체하는 오늘날, 필름을 사용하고, 흑백으로 찍었으며, 1900년대 초 '움직이는 사진'을 영사해두고 오케스트라가 거기에 마춰 연주를 했듯이, 음악을 넣은 것이다. 이는 현대 영화의 맥락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도 훌륭하지만, 1920년대 후반 유성영화와 무성영화 사이의 그 시기를 영상으로 구체화해 영화의 역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거기에 영화는 어렵지 않으며, 실험적이되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 무성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조지와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페피의 사랑과 영화판의 격동기를 다룬 이 영화는 고전적 할리우드 양식 (명백한 원인과 결과의 플롯,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카메라 컷을 잇는 비가시성, 관객들에게 익숙하되 관객들이 선호하는 방식의 스토리 구조)을 지니고 있다. 이는 그 자체로 오늘날 최첨단 기술과 그에 따른 디지털적 볼거리만 고집하는 영화들에 대한 일침을 가하고 있으면서도, 영화 자체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빛으로 그린 그림. 공공된 장소에서, 유료관람을 하며, 공동 시청이라는 제도적 정의를 가진 영화는, 삶의 한 단면을 스크린 속에 재현함으로써 스스로의 현실에 대해 다시 보게 만들고, 혹은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일들을 대리만족하게 만들며, 다시금 살아가게 만드는 힘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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