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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러너 / 웨스 볼뭔가 리뷰 2015. 2. 2. 21:33
메이즈 러너 (2014)
The Maze Runner
7.2
- 감독
- 웨스 볼
- 출연
- 딜런 오브라이언, 카야 스코델라리오, 윌 폴터, 토마스 브로디-생스터, 이기홍
- 정보
-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 SF | 미국 | 113 분 | 2014-09-18
글쓴이 평점영화를 보고 떠오른 작품은 헝거 게임, 파리 대왕, 트루먼쇼, 조금 다르지만 언더더 돔, 다이버전트 등이었다. 한정된 공간안에 갇힌 가운데 사람을 다룬 이야기.
소설은 읽어본 적 없고, 앞으로 계속 속편이 나올 것으로 보아 어느쪽으로든 단정하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겠지만, 패러다임은 유사하게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서 몇 마디 쯤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흥미로웠던 것은 에펠레이션이었는데 글레이드, 그리고 그리버였다. 영어를 잘 모르는 관계로 사전에서 해석을 찾아보니 'glade'는 '숲속의 작은 빈터', 'griever'는 '비탄, 슬픔에 잠긴 사람' 'grieve'라는 단어가 '관리자'라는 뜻도 있는 걸로 봐서 두 가지의미를 모두 함의 하고 있는 듯 하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이 생각이지만, 이 영화가 던지고 있는 단어들은 익숙해짐, 길들여짐, 혼란, 호기심, 모험, 세대교체 등인 것 같다. 블로그 리뷰들을 훑어 보니 누군가 10대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읽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고, 끊임없는 마음속의 미로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는 10대. 그 해석에 어느 정도 동의 한다.
그리버라는 것은 감염에 대해 면역이 생긴 새로운 세대, 지금의 토마스와 뉴트와 알비와 트레사 등의 인물들을 시험대에 올린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기성세대는 이전의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있는 존재들이다. 태양으로 인해서 세상은 불타고 플레어라는 뇌를 갉아먹는 바이러스로 인해서 사람들은 미쳐가고 기성세대의 유전자는 그것을 통제할 수가 없다. 그들은 갤리처럼 글레이드라는 빈 터에 속하게 된 사람들이다.
한 때는 그들도 지금의 새로운 세대 처럼 모험심 가득하고 호기심 있고 끊임없이 터를 개척해나가는 사람들이었지만, 생존과 안온함과 자신이 만들어온 공간을 지키고 안주하기 위해서 새로운 것들을 배제해버리는 그 익숙함에 대한 비탄과 슬픔은 알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사람들. 그리버라는 이름은 그래서 그리버가 아닐런지, 익숙해진다는 슬픔, 패러다임을 거부할 수 없다는 길들여짐에 대한 비탄, 그게 그리버라는 에펠레이션을 만들어 냈는지도 모른다.
삶은 어쩌면 처음 가보는 작은 숲을 헤쳐나가는 것이고, 지친 누군가는, 그 숲을 벗어나거나 계속해서 가지 못하고 빈 터에 주저 앉아 평온함을 유지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에 동일한 맥락에서 미로라는 패러다임 안에서 길들여져 버린 소년들이 있는 것이고, 토마스는 이 곳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사실, 소년들에 붙여진 이름들은 모두 한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연 사람들이다. 토마스는 토마스 에디슨, 뉴트는 아이작 뉴턴, 척은 찰스다윈 등 빈 터라는 공간을 고수하고자 했던 갤리조차도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에펠레이션이었다는 건 아이러니일 수 밖에 없다.
갤리라는 캐릭터의 연대기는 다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아마 갤리라는 캐릭터의 삶에도, 이 영화 상에 토마스처럼 익숙해짐과 길들여짐을 뚫고 나가려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고 그리버와 미로에 대한 공포로 인해서 그는 기성세대처럼 글레이즈에서의 삶을 고수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캐스팅 된 인물들이 10대 혹은 20대 초반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역시 앞서 말한 맥락들과 통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막 삶을 시작한 이들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만약 토마스가 글레이즈에 올라온 것이 아니라 미로에서 부터 시작했더라면 죽었을 것이다.
이전 세대(알비)가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희생으로 일구어 놓은 글레이즈가 있기에, 스스로 존립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패러다임이 있기에 안전하지만 동시에 고립될 수도 있는 것. 그리고 새로운 세대는 계속해서 미로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며 미로 밖으로 빠져나간 사람들은 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에 익숙해지고 다음 세대가 그것을 반복하는 어떤 순환을 우리는 지속해나가고 있는 것이 아닐는지.
물론, 이런 해석이 과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미로는 왜 원형의 틀을 가지고 있으며, 미로의 패턴은 왜 한정되어 있으며 왜 알비가 죽었을 때, 토마스를 비롯한 일행들은 그 미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왜 영화 마지막에 그들은 또 다른 패러다임으로 가는 것을 보여주었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느정도 그에 대한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는 여지를 준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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