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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스텔라 / 크리스토퍼 놀란
    뭔가 리뷰 2015. 2. 2. 21:47

     


    인터스텔라 (2014)

    Interstellar 
    7.9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케이시 애플렉
    정보
    SF | 미국 | 169 분 | 2014-11-06
    글쓴이 평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문득 떠오른 단어는 '역사'였다. 역사적이란 오랜세월을 두고 전해지는 것, 또는 그런 것을 의미한다. 이 영화에 대해서 수많은 리뷰가 있다는 것을 안다. 또한 영화에 대한 리뷰를 적는 그 수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그 순간을 역사적인 경험이라 생각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혹은, 갖가지 우주에 관한 이론이 나오기에, 그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류를 짚어내는데 혈안이 되었을지도 모르겠고, 그 대단한 영상미 하며 탁월한 발상에 반했을지도, 혹은, 부녀간의 애정과 시공을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서 지금의 소중함을 느끼거나,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감사를 느낄지도 모른다.

     

    물론, 그 모든 순간과 생각과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무색해질 것들이다. 트레일러를 보면서 나는 이 영화에 관해 두 가지 정도의 예상을 했는데 첫 번째는, 그래비티 같은 우주를 롱테이크로 찍으면서 그 광활함과 고립감, 숨막힘. 다소 정적이면서도 지속되는 긴장감과 결말에 이르렀을 때 얻게 되는 커다란 해방감이었고 두 번째는, 선샤인처럼 고립된 우주선에서 선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사건과 연속되는 반전의 스릴러였다.

     

    그런데 인스텔라는, 그 둘 중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장르적 특성으로 보자면, 그 두 가지 특징이 섞여 있는 듯 했지만 그 보다는 좀 더 세밀하게 세계관에 집중한 느낌이 보였다. 이를테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거나 우주판 반지의 제왕이나, 그런 느낌. 아마 이 이야기의 설정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이해하기 힘들고

    복잡했을 것이다. 과학적 이론에 가설과 가설을 덧붙여 만든 세계관은 밸런스를 맞추기가 참 힘든데, 감독은 관객들이 혹할 구역과 작가가 말하고 싶은 세계관을 어느 쪽도 과하지 않게 잘 맞춘 것 같다. 

     

    우주에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이 세계관에 대해서 대체로 오류를 짚어내겠지만, 그 오류들은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기 위한 픽션이기도 하고 동시에,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라는 본질에 충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건, 내가 영화를 봤을 때 옆좌석에서 졸던 아주머니만으로도 충분히 알수 있었다. 


    당장 내일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에게, 웜홀이며, 블랙홀이며, 멀티버스, 초끈이론, 칼라비 등을 설명한다고 해봤자 그건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이야기, 터무니 없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감독의 선택은 필연적이면서도, 관객을 고려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그런 관점 보다는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 즉, 놀란의 메시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영화에서 지구가 처한 현실은, 우리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각국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이고, 산소는 줄어들고 질소는 늘어나 해충은 늘어나며

    그로인해 식량으로 재배할 수 있는 식물들은 줄어들고, 흙먼지로 가득찬 세상에는 시도 때도 없이 황사가 불어닥치며 엔지니어나 기술보다는 현실의 식량을 수급하는 것이 급한 사람들. 한 마디로,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

     

    그래서, 아폴로호가 NASA를 공격하기 위한 미국의 사기극이라고 생각하는 선생님에 기술과 첨단과학 보다는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진 세계. 그건 마치, 꿈이요? 먹고살 걱정 없는 거요. psat이나 잘 봐서 공무원 되는거요. 뭐, 그런 대답, 그런 내 모습과 비슷하다. 흙먼지가 이는 땅에서 생존을 위해서, 생존만을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속에서 아직 남아 있는 NASA의 인듀어런스 호는 마지막 가능성일 것이다. 그건 일종의 의지이다. 기약없이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인간이 아닌 여태까지 끊임없이 발전하고 세대와 세대가 이어지고, 좀더 나은 삶을 위해 학문과 기술을 축척해온 인간으로서의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말이다.

     

    그것은 한 세대가 대를 물려주면서 이루어진 것, 어찌보면 하나의 생을 살아내고 자식을 낳고, 그들의 세계를 물려준 후 유령이 되어 잊혀진 다는 점에서, 수 없이 많은 유령들의 메시지고 말이며 기록이다. 지금 우리들의 생존은 그 유령들의 말과 기록과 축적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 수많은 경우의 수와 가능성, 동시에 그 유기성과 긴밀성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게 된다. 이 모든 상대성과 시간차, 그리고 인간의 생존의지와 세대와 세대의 교체와 전승의 모든 시원에는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힘은 사랑에 있다는 것. 


    이 영화의 발단 부터 결말에 이르는 모든 행보는 저마다의 사랑에 있고, 그 사랑으로 시작한 인물들의 행동에 있다. 쿠퍼는 머피에 대한 사랑으로, 브랜든은 남자친구에 대한 사랑으로, 브랜든 교수도 딸에 대한 사랑으로 이 서사가 이루어진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해서 또 한 사람이 나오고,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함으로 인해서 그를 지키려고 다른 행보가 나오는.


    신기한 일이다. 상대성 이론 처럼 사람은 저마다 전혀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으며, 다른 환경에 처해있고, 같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겪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다. 이런 이들이 이 모든 것을 뛰어넘어서 같은 시류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고 말 할 수밖에 없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사랑을하고 부부가 되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하고, 다른 시차가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두 시간을 연결해주는 게 있다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것. 그래서 쿠퍼가 블랙홀에 들어가고 서재에서 머피에게 외치는 장면은 감동적인 동시에 놀란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정의를 한 장면에 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시차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을 것이다. 사람은 하나의 행성처럼 저마다의 주기를 가지고 공전하고 자전할 것이고, 그로인해 한 순간에 늙어버리는 로밀리처럼, 한 순간에 성인이 되어버린 머피를 지켜보는 쿠퍼처럼, 죽어가는 아버지를 봐야하는 브랜드처럼, 저마다가 가진 시간과 그 시간을 살아가는 삶의 차이에 의해서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 시차를 극복하고 연결할 수 있는 게 사랑이고, 그게 때론 기적을 낳기도 하고, 생존하게 만들고 살아가고 유지하게 만든다.


    아마 그런 말을 놀란은 하고자 했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주는 새로운 체험이라던가 환상적인 장면이라던가, 과학적인 사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리뷰에서 많이 다루었기에, 그 외에 이야기는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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