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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사제들 / 장재현
    뭔가 리뷰 2018. 11. 7. 01:39



    신이 과연 존재할까인간에게 과연 구원의 가능성은 있을까극장을 나오면서 내내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며칠 전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그 테러로 인해 130여명이 사망했고 4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400여 명 중에 100여 명이 중상이라 추가 사상자는 또 언제 생길지 모른다. IS는 파리의 IS에 대한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테러를 자행했다고 했다이럴 때나는 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악이란 무엇일까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인간이 하게 되고인간이라면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재해나 재난을 누군가는 오늘도 당했을 것이다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그 일들이 일어나게 되면나는 그것이 그저 인간의 소행이 아닌그 뒤에 어떤 악이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된다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악의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그렇다면 당연하게도 묻게 될 수밖에 없다악은 도대체 무엇일까무엇이 악을 만드는 것일까?

     

    영화는 이러한 의구심을 던져버리는 확고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여기에 악이 있다그리고 그 대척점에 신이 있다사제들은 신을 위해서 악을 몰아낸다김 신부는 가톨릭의 다른 신부들이나 수도원장마저도 고깝게 보는 존재이다이유인 즉구마의식을 주장하는 사제이기 때문이다구마의식을 한다는 것은 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것을 신도들이 알게 되면 그들의 신앙은 흔들리게 된다신이 있다면 세상에 악이 버젓이 존재할 리가 없다신이 선한 길로 인도해 줄 것이다지금 겪고 있는 고통마저도 모두 신이 예비한 것이다라는 것이 그들의 믿음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김 신부는 그런 믿음들을 뒤흔드는 일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다른 신부들에게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이다하지만 김 신부의 이 완고한 고집은 가톨릭회에서 미친 놈으로 비춰진다긁어 부스럼인 문제를 왜 자꾸 건드리냐면서그들은 사제 보다는 정치가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서는 김 신부가 그들의 종교를 흔들지 않기를 바란다이는 이데올로기에 가까워 보인다신을 믿는 이 종교는 언제까지나 고고하고 고상해야 하며 성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

      

    한편 최부제는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최부제는 어릴 적커다란 개에게 여동생이 물려 죽어가고 있을 때 도망쳤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그 기억은 끊임없이 그의 인생을 물고 늘어지고 있으며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자유롭지 않다짐승에게 죽게 되면 연옥을 떠돈다는 것을 알고 동생이 천국에 가길 바라는 마음속죄하는 마음으로 사제의 길을 걷고 있다그에게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구마의식은 과거의 트라우마와 조우하게 만든다악은 그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면서 아무것도 없었다고 가서 미친놈 하나만 있었다고 전해라고 말한다해석의 여지는 많지만나는 이 대사를 악이 어떻게 이데올로기를 이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이데올로기는 괜찮은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묻지 않는다. ‘누가 괜찮은가?’라고 묻는다개개인의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멋대로 대상과 타인을 정하고자신과 누군가의 관계를 양분하는 것가톨릭의회에서 김 신부는 나쁜 놈이고미친놈이다심지어 구마의식을 한다고 성추행까지 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정작 악과 싸우는 것은 바로 그였는데 말이다악은 이데올로기 속에 이토록 깊숙이 숨어 있다악에게 질려버린 부제는 신발도 신지 못한 채도망친다그리고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서 과거의 자신과 동생의 환영을 보게 된다최부제는 또 한 번 도망친 자기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그리고 그는 다시 돌아온다이 때 김 신부는 최부제의 트라우마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니 잘못이아니야 니 동생이 더 작았을 뿐이지짐승은 자기보다 작은 상대에게만 덤벼들지그리고 악은 우리가 짐승과 다르지 않다고 하지악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우리를 절망시키지하지만 신은 우리를 그렇게 만들지 않으셨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음과 악의 속성에 대해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그렇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까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이 악으로부터의 구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그건 구마의식을 설명하는 김 신부의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구마의식을 준비하면서 김 신부는 퇴마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악은 가장 깊은 곳으로 숨어 들어서 인간들 가운데 거하며그들을 몰아내는 방법은 그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라고그들의 정체를 알아내면 그들의 힘은 현저히 약해지고 도망가게 된다고 말이다물론이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고 오락성과 상업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때문에 너무 깊이 해석하려는 것은 과대해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하지만 일반적으로 엑소시스트의 장르물로만 비춰지는 이 영화가 내 뇌리속에 계속 남아 이렇게 해석되고 있는 것은내가 가진 문제의식과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교묘한 악은 오히려 선의 얼굴을 하고 있다그리고 아주 깊숙이 숨어있다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한국기업들의 행태만 해도 그렇다. <피로사회>에서 한병철 교수가 말했듯이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뭐든지 할 수 있다를 주입시키며 할 수 없는 것은 당신들의 노력이 부족해서라는 공식을 만들어낸다그리고 이러한 논리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체력을 고갈시키고 있다그리고 그들의 과로사는 제대로 된 산재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노동현장에서 하루에도 몇 명의 사람들이 사고로 사망하고 있지만회사는 원청업체의 계약을 따내기 위한 이미지를 지키고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서 사고사를 노동자의 부주의로 몰아가며구급차를 돌려보낸다한시가 급한 환자의 병원비를 줄이기 위해가까운 종합병원에 가지 않고 지정 병원에 가기 위해 1시간 이상을 소요하다가 환자를 사망하게 만들기도 한다그러면서 광고에 나오는 그들의 이미지는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친환경적 건설업체유명 아파트 건설회사로 나온다이는 그들에게 당연한 것이다그들에게 자본주의는 종교니까돈이 곧 믿음이고 신앙이고 그들의 삶의 이유니까가장 큰 가치니까 말이다.


    이는 그들의 문제만이 아니다악이 깊은 곳에 숨어서 있는 곳은, 나라 주권을 잡으려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도이념다툼을 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도세계패권국의 전쟁에도 도사리고 있다영화에서야 이 72악마 중 서열 5위인 마르바스로 인격화되어 드러나지만현실에서 악은 여전히 정확하게 얼굴을이름을정체를 밝히지 않고 있다만약 구마를 원한다면그들의 이름을 정체를 알아야 할 것이다적어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건 신의 이성인 로고스의 영역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장막이 걷히고 어둠의 정체악의 정체가 빛으로 드러나는 순간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악을 인식할 것이다그것이 신의 존재를 믿음으로 인해서 자신의 존재를 믿는신앙에서 연원한 것이 아니더라도 분명 악을 보는 눈은 필요할 것이다두려운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선하다고 믿었던 것들악하다고 믿었던 것들범인의 눈으로 보이는 어둠속에 있는 그 흐릿한 윤곽들을 보다 정확하게 인지했을 때조금이라도 악에서 자유롭지 않을까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했던 말지젝이 책 제목으로 인용했던 그 말.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 하나이다처럼나도 모르게 악행을 저지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면 말이다언젠가 커다란 재앙이 닥쳤을 때 영문도 모른 채 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따위의 한탄이나 하지 않으려면김 신부처럼 끊임없이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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