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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 웨인왕 그리고 폴 오스터뭔가 리뷰 2018. 11. 7. 01:41
그냥 가끔 담배를 피고 싶을 때가 있다. 비흡연자지만, 그냥 가끔 한숨을 크게 내쉬는 것 만으로는 도저히 속이 풀어지지 않을 때. 피워본 적도 없고 담배 냄새라면 질색인데도, 담배 생각이 절실 하다. 한 번 피워보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
담배를 피기 시작하는 데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살다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어떤 응어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니코틴 중독이겠지만) 물리적으로 목구멍부터 탁 막힌 것 같은 그 느낌을, 니코틴이 긁고 내려가 줄 때 생기는 시원함이랄지, 제대로 된 숨을 쉰다는 느낌이랄지, MP를 채우는 느낌이랄지,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들.
김소연 시인은 담배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다.
" (중략)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정신 건강에 이롭다. 몸보다 정신의 건강을 우위에 두는 사람이라면 담배가 몸을 해치는 것을 알고도 담배를 계속 손에 들게 될 것이다.
한숨과도 같은 담배 한 모금을 내뿜으며 사람들은 마음을 환기하고 쇄신할 수 있다. 등소평에게 사람들이 장수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는 '끽연'이 그 비결이라 말했다. 만끽한다는 것만큼 지혜로운 건강은 없다.
뜨거운 물에 차 알갱이가 풀려 나가고, 담배 한 모금의 연기가 허공에 풀려나간다. 그 풀려나간다는 실체를 바라보며 사름들은 마음의 매듭을 푼다. 차와 담배는 온도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커피를 볶을 때에도 녹차 잎을 말릴 때에도 열기가 필요하다.
담배도 마찬가지이다. 찻물을 끓일 때에도 담배를 피워 물 때에도 불이 필요하다. 마음에 온기가 없는 상태라면 그 어떤 것도 이해되지 못하고 만족되지 못한다.
또 그 어떤 것도 건조되지 않는다. 냉정함이 열정의 한 방법이듯이, 냉정해지는 것도 온기가 전제된다. 차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을 음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소연 시인은 모르긴 몰라도 담배를 좋아하지 않을까.
어쨌거나 내가 아는 담배를 피는 이유는 저런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담배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이 영화의 제목은 '타바코'가 아닌 '스모크'. 담배 자체보다는 담배가 연소될 때 피어오르는 그 연기가 제목이다.
오기 : (중략) 롤리가 영국에 담배를 소개한 사람이었어. 여왕을 '베스'라고 할만큼 여왕의 총애를 받았지. 하여튼 흡연은 궁중에서 유행처럼 급속도로 퍼졌어. 아마 베스도 월터와 흡연하며 황홀 지경에 몇 번 갔을걸.
한번은 여왕이 내기를 했지. 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일. (중략) 사람의 영혼을 재는 것처럼 나도 이상했지. 하지만 월터 경은 똑똑했어. 먼저 그는 안 피운 담배를 저울에 올려놓고 쟀어. 그리고 피운 담뱃재는 세심하게 저울 위에 털었지. 다 피우고 나서 꽁초도 재와 함께 저울에 달고, 그 무게를 처음에 재 놓은 안 피운 담배 무게에서 뺐지. 그 차이가 담배 연기의 무게야.
어쩐지 영혼의 무게 21그램을 쟀던 던컨 맥도널의 실험과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따르는 연기의 무게란...
어쨌거나 이 영화는 연기의 무게에 대한 영화라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담배라는 것은 단순히 담배라는 사물 자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이유, 삶에 대한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배 한 개피라면, 그것을 다태운 뒤에는 무엇이 남는 것일까. 그 연소과정에 있는 담배 연기에 대한 이야기, 지금도 타오르고 있고, 소멸을 향해서 계속 타들어가는 생에 대해서 말이다.
연기로 승화된 담배가 다시 담배로 돌아올 수 없듯이, 지나간 시간도 역시 돌아올 수 없다. 다만 그 지나간 시간, 그 연기의 무게가 어느정도 였는지, 끊임없이 복기하고 가늠하며 또 오늘을 사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중요한 건 연기가 타들어가고 있는 지금이라고 영화는 계속 말하고 있는 것 같다.
p.s 이 영화는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각색한 이야기다. 실제로 각본에는 폴 오스터 작가 스스로가 참여했다고 한다.
p.s 2 스모크가 어느정도 본전치기가 되자, 스모크2가 만들어졌지만 흥행은 실패한 것 같다.
p.s 3 영화 마지막 부분에 폴이 들려준 이야기가 그대로 흑백영화로 나온다.
여기에 삽입된 음악이 tom wait의 innocent when you인데
지나간 것에 대한 애상에 대한 노래라고 볼 수 있다.
가사며 탐 웨이츠의 목소리가 영화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The bats are in the belfry
the dew is on the moor
where are the arms that held me
and pledged her love before
and pledged her love before
CHORUS
It's such a sad old feeling
the fields are soft and green
it's memories that I'm stealing
but you're innocent when you dream
when you dream
you're innocent when you dream
Running through the graveyard
we laughed my friends and I
we swore we'd be together
until the day we died
until the day we died
CHORUS
I made a golden promise
that we would never part
I gave my love a locket
and then I broke her heart
and then I broke her heart
CHO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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