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변호인 / 양우석
    뭔가 리뷰 2018. 11. 7. 01:43



    말이 필요 있을까. 


    영화는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 사건'을 각색해 만들었다. 


    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은 전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가져왔다.


    송우석은 대전 판사직을 거친 고졸 출신의 세무 변호사로, 처음에는 부동산 등기업무로 돈을 벌어들이며 데모하는 서울대 출신의 운동권 학생들을 '공부하기 싫으니까' 헛짓거리하는 거라고 매도했지만 부림사건에 최순애의 아들 박진우가 연루되어 한 달 동안 실종되었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자 인권 변호사로서 각성, 진우를 비롯한 9명 학생의 변호인이 된다. 


    이 영화에서 역시 기억에 오래 남는 대사는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꼬, 바위는 뿌사지가 모래가 되도 계란은 깨어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그 카는 얘기는 모릅니꺼? '이라는 박진우의 대사. 정확히는 


    눈멀고 귀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껍데기 한 겹, 그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속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 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 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 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에 나오는 말이다. 바위와 계란에 대한 비유는 이전에 독립운동에 대해서 다룬 드라마 <각시탈>에서도 등장했던 대사다. 


    소설<혼불>에서 이러한 서술이 나오는 맥락은 다음과 같다.


     

    (중략)

    "하지만 아니었어언제나 청년은 시대의 절망이고시대의 희망이네."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뜻이 있어도 드러내지 못하는 학생들은핏속에서 끓

    어오르는 민족적 자각과 울분을 남모르게 결집하여 의가 통하는 사람끼리 독서

    회를 만들고 비밀 결사를 하며 위태로운 운동을 해 나갔다심진학 선생은 그들

    의 소리 없는 깃발이었다조국 광복자주 독립항일은 곧 내 한 몸 부서지게

    바치고도 내 이 몸에 그 결과를 바라지는 말아야 하는 순교와도 같은 것인데,

    절대의 믿음이 없으면 결코 투신할 수 없는 거이 또 이 순교순국이 아니겠는

    확신을 하되나 자신의 오욕 칠정을 위한 행위는 아닌 헌신그러나 그 헌

    신은 마치 달걀로 마치 바위를 치는 것처럼 무모한 짓으로 보일 수도 있으리라.

    우리 독서회라는 모임도 마찬가지였겠지일본인 교사나 일본에 부화뇌동하는

    조선인 교서의 눈을 피해서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모여 숨죽이며 일본이 조선을

    침략한 경위와 수탈폭압그리고 세계 정세와 일본 국내 동향국내 국외의 독

    립 투쟁 현황들을 뜨겁게 이야기했으나 그것은 한낱 힘없는 달걀들의 무모한 몽

    상이요 벙어리 시늉일는지도 몰라. 눈멀고 귀먹어 민둥하니 낯바닥 봉창이 된

    달걀 껍데기 한 겹그까짓 것 어느 귀퉁이 모서리에 톡 때리면 그만 좌르르

    이 쏟아져 버리는 알 하나그것이 바위를 부수겠다온몸을 던져 치면 세상이

    웃을 것이다하지만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요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달걀은 깨어나 바위를 넘는다저 견

    강해 보이는 일본 제국주의 철옹성 살인적인 압박과 폭력도 달걀 한 개를 이길

    수 없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우리는 믿었지달걀에는 생명이 있기 때문이었

    그 생명의 씨앗인 우리 역사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의 열망과 갈증은 목이

    탈 지경이었네숨어서 배우는 내 나라내 조국의 탄생과 발전변천그리고 그

    조국을 살다 가신 조상들의 생활이며 사상지역 사회의 특성남겨 놓으신 문

    유물에 대하여 우리는 목메이게 울먹이며 한 자뜸을 뜨듯 배웠지뜨겁고

    간절한 화상핏줄로 스며드는 쑥뜸 연기에 우리는 말못할 그 무엇의 숨결과 체

    취가 사무치게 그리워서 저리고데인 자리 상처의 아픔에 자지러져 몸서리쳤네.

    (중략)


    소설의 맥락으로 봤을 때 바위는 일제시대에 일본의 식민주의였고달걀은 이에 저항하여 조국을 되찾으려는 독립운동가들넓게는 '조선'이었다이러한 맥락의 서술이데모를 하는 학생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로 나오는 것은 (입에 달라붙을 정도로 어울리는 이유는민주주의가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고혹은 겉으로는 인정하는 듯하지만 기만하는 당시의 국가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보다 강력하게 전달하려는 의지가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친일을 청산하지 못하고 흘러온 역사 속에서 생긴 비극일지도 모르기에맥락상으로나 의미자체로나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물론영화라는 건 언제나 상업성이 담보되어 있다시대를 짚어내는 영화를 때맞춰 개봉하는 것도 역시 관객들이 원하는 방향을 짚어낸 마케팅의 일부이기도 하다하지만 관객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만한 시나리오와 영상을 보여주는 것 역시 영화의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뭔가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아니스트 / 미하일 하네케  (0) 2018.11.07
    남과 여 / 이윤기  (0) 2018.11.07
    스모크 / 웨인왕 그리고 폴 오스터  (0) 2018.11.07
    힘내세요 병헌씨 / 이병헌  (0) 2018.11.07
    검은 사제들 / 장재현  (0) 2018.11.07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