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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세요 병헌씨 / 이병헌
    뭔가 리뷰 2018. 11. 7. 01:40



    "엎어진 김에 쉬어갑니다. 가로등이 꾸부정하게 저를 내려다보며 다그칩니다."


    "신발의 밑창이나 적실만한 깊이로 사람의 발을 적실 수 있겠어요? 

     어서 돌아가 시나리오를 다시 쓰세요." 


    "그러네요. 네, 다시 해보겠습니다. 근데요 저는 사람의 발이 

     아니라 마음을 적시고 싶네요, 이번엔 정말..."


    영화의 엔딩은 이 구절들이 차례로 나오면서 마무리 된다. 


    스물을 보고 나서 감독이 궁금해져서 찾아본 영화이다. 


    감독의 아이덴티티가, 그리고 영화 제작을 꿈꾸는 청년들의 모습이 잘 녹아들어 있다. 



    영화과에 들어오고 나니 그렇더라.



    내가 상상했던 것은 모니터를 보면서, 배우들을 지도하면서 


    현장을 호령하고 어딘가 깊은 사색이 깃들어 있는 이미지였다. 


    수더분하지만 어딘가 지적이고 자기만의 세계관이 확고한 사람.


    그게 내가 생각한 감독이었고, 현장이었다. 


    딱 그정도의 이미지를 보고 영화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현장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생각해 본적도 없다.



    하지만 영화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냐만은 영화도 '특히' 쉬운 일이 아닌 것 중 하나다.  


    현장에 이르기 전까지만 해도 


    프리프로덕션 단계로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회의 하고 


    상업성이 담보될 때까지, 제작사와 투자사의 마음에 들때까지 


    시나리오를 엎고 고치고, 낙담하고, 시나리오 작가가 교체되고, 


    어느새 다시 보니 쓰려고 했던 시나리오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캐스팅하고, 예산 짜고 투자 받을 곳 찾아다니고, 콘티 그리고,


    촬영 리허설하고, 촬영 스케쥴 짜고, 미술 컨셉회의에 소품리스트 작성,


    장소 헌팅하고 촬영동의서 받으러 다니고.... ... .


    뭐 하나 쉬운 일이 없고 꼭 한 번 이상 부서별로 싸우는 일이 생긴다.


    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많다. 


    아니, 싸우지 않는 현장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그놈의 술은 뒷풀이에 꼭 필요하다.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팀끼리 모여서 술을 마신다. 



    나는 아직 학교 내에서만 겪고 있기 때문에 실제 현장의 일부를 


    지레 짐작만 할 뿐, 영화를 계속 할 수나 있을까 벌써 겁먹고 있다. 


    아니 사실은, 이미 반쯤 포기 상태. 


    체력도 돈도, 그리고 여러 사람을 상대할 만한 숱기나 여유도 없다. 


    그런 내게 이 영화는 여러모로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영화였다. 


    고생고생해서 프리프로덕션 끝내고 프로덕션을 거쳐 포스트 프로덕션이 끝나고 나서도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해서 빚더미에 앉은 신인감독들도 많다. 


    이미 감독이라는 위치에 선 사람들은 '빚더미'에 앉을지도 모른다는 그 위기감을


    어깨에 지고 계속 촬영을 진행해 온 사람이다. 


    그래서 촬영이 진행되면서 다른 스텝들은 다 지쳐 졸아도 


    감독만큼은 졸지 못한다. 잠이 오지 않는다. 



    스물을 보면 치호(극중 김우빈)가 영화를 하고 싶다고 감독에게 말하는데,


    감독은 "영화 하지마라" 라고 한다. 어렵다고, 졸라게 힘들다고 말이다. 


    그런데도 어쨌거나 치호는 영화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마무리 되고 


    이병헌 감독 역시 이후로도 계속 영화를 찍어왔다.


    그저 존경스러울 따름.



    영화과에 오고 나서 배운 것 한 가지는 


    아무리 후진 영화를 보고 나서도, 리스펙트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그 많은 단계들을 겪고 어찌어찌 스크린까지 내걸었다는 것은 


    보통 내기가 아닌 것이다. 



    어쩌다보니 잡설만 하게 됐는데, 그리 영화 내용을 벗어난 말도 아닌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다.


    힘들다는, 영화를 찍는 게 힘들고 고되고 구차한 일이라는 것. 


    그래도 찍는 다는 것,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찍고 싶은 장면이 있기에 찍는 다는 거, 


    별다른 비관이나 낙관도 없이 가끔 자기비하 개그도 해가면서 


    담백하게 그려낸 것 같다. 


    영화판을 모두 그려낸 건 아니지만, 


    영화판에 들어가려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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