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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미스드 랜드 / 구스 반 산트뭔가 리뷰 2018. 11. 7. 01:52
미니어처 말은 영화 초반부터 반복되어 온 쇼트이다. 스티븐과 수는 이 작은 말에 대해서 계속해서 의문을 가진다. 멀리 있긴 하지만 확실히 작은, 심지어 염소와 크기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말. 영화 후반부에 개량된 미니어처 말이라는 것을 프랭크가 밝힌다. 자식들에게 물려줄 땅이 훼손되는 것을 염려하는 프랭크조차도 돈에서 자유롭지 않았기에 기른 것이다. 인간의 편의와 자본의 효율에 따라 바꾸어버리는 것은 비단 땅 뿐만이 아니라 생명체도 마찬가지 인 것. 만약 이대로 간다면, 후세인들이 지금 우리가 아는 말과 같은 말을 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스티븐(맷 데이먼)은 글로벌 회사의 부사장이다. 영화상에서 그 부사장이라는 지위가 글로벌이라는 회사 전체의 부사장인지, 특정 지부의 부사장인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전자이던 후자이던 납득하기 어려운 점은 그가 부사장인데도 불구하고 그를 속여서까지 회사에서 일을 진행시켰다는 것이다. 그를 속이는 것을 허용할 정도라면 그보다 높은 직급일 텐데, 그보다 높은 직급은 사장이나 회장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대해서 별다른 해명이 없다. 또한 이 사실을 알린다고 해서 그를 해고하는 건 또 누구일까. 초반에 대화를 보면 글로벌을 키운 공신은 스티븐이며, 그가 유능한 것은 회사 내에서나 밖에서나 인증된 사실인 듯하다. 무엇보다, 더스틴이 환경운동가인 척을 한 것은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회사에 득이 될까. 그냥 수와 스티븐이 무난하게 계약을 체결해 간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학교 선생님을 맡고 있는 프랭크가 걸림돌이긴 하지만,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돈에 허덕이고 있는 상태이고, 그게 다소 위험 한다고 하더라도 아이를 키우고 삶을 영위하는 것이 목적인 마을사람들에게 ‘돈’을 거부할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이는 극적인 영화 결말에 극적인 반전과 주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감독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 푼크툼(사진작품을 감상할 때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
영화 후반에 더스틴이 가짜 환경운동가라는 것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나오는 사진, 염분으로 벗겨진 헛간을 보며 스티븐은 자기만의 푼크툼을 이야기하게 된다. 더스틴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을 통해 마을 사람 대부분은 등대에 주목한다. 네브라스주는 북미의 대륙 중앙에 위치한 내륙지역이다. 만약, 더스틴이 말한 대로 그곳이 네브라스카라면 이곳에는 바다와 등대가 없어야 하는데, 바다와 등대가 있다. 여기서 더스틴이 했던 활동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더스틴이 가짜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그러나 스티븐은 다르다. 다들 더스틴의 활동이 가짜였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이라는 회사 측으로 기울어진 주민들의 의견에 대해 스티븐 스스로가 알고 있는 경험에서 비롯한 진실을 말하게 된다.이 사진에 대해서 아주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모두에게 보여드리려 가져왔는데, 이건 등대와 바다죠. 이 사진을 보고 있는데, 어젯밤 잠시 쳐다보고 있었어요. 아주 오래 동안요. 그리고 이 헛간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나무들은 떨어져나가고 페인트칠은 벗겨졌죠. 공기 중에 염분 때문인 것 같네요. 저희 할아버지의 헛간이 생각나더군요. 저 헛간은 제 생애의 골칫거리였죠. 아주 깔끔했죠. 매년 여름 새로 페인트칠 했으니까요. 할아버지와 둘이서요. 한번은 제가 물었죠. “왜죠?” “왜 이걸 해야 하죠?” 그리고 절 쳐다보면서 말씀하시길 “우리 헛간이잖니,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니” 전 종종할아버지가 정신 나갔다고 생각하죠. 또 고집스럽고 긍지가 높다고요. 하지만 제 생각엔 할아버지께선 제게 무언가를 보살피는 법을 가르치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음, 아시다시피 더스틴은 거짓말 했습니다. 그가 원하는 대로 여러분들이 투표하도록 하려했죠. 그리고 그는 정확히 해냈죠. 왜냐하면 여러분들은 투표할 거니까요. 정확히 그가 원하는 대로 투표하도록 할 테니까요. 왜냐하면 더스틴은 환경운동가가 아닙니다. 더스틴은 글로벌사를 위해서 일합니다. 환경단체는 여기서 활동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든겁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의사결정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분들이 그렇게 한다고 확신했죠. 이건 진짜 농장입니다. 그들은 제가 여러분께 수없이 말했던 것처럼 이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했죠. 전 이마을에 많은 분들의 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 (중략)
볼드 친 부분에서 스티븐은 주민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푼크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무언가를 보살피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듯이, 자신도 역시 누군가가 소중히 여기는 땅을 보살피는 법을 기억하게 됐다. 더스틴이 굳이 부사장 스티븐을 속여 가며 일을 성사시키려고 했다는 것은 여전히 납득하기 힘들지만, 스티븐의 이러한 고백이 나오게 만드는 장치로서 역할 했다고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설득되긴 한다. 그만큼이나 스티븐의 고백은 멋있다.
여러분의 발밑에 돈이 무진장 묻혀있고 우린 그것을 아무 위험 없이 꺼낼 수 있다고 보장했죠. 명확하게는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미안합니다. 보십시오, 이런 것들이 일어날 수 있나요? 솔직하게 말하면 일어날 것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여기 모인 단 하나의 이유를 압니다. 그건 바로 ‘만약에 일어난다면?’이라는 질문이지요. 전 여러분께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더 이상 뭐라고 말해야할 지도요. 하지만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우리가 향하는 곳으로 어쩌면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베팅되었습니다. 그건 단지 우리의 것만은 아니죠. 하지만 이 헛간은 아직 우리 것입니다. 고 파이오니어스.
어쩌면 영화는 스티븐이 고백하는 이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인데, 영화의 장치를 통해서, 당연한 사실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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