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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월드 (드라마)뭔가 리뷰 2018. 11. 7. 01:47
예전에 나왔던 웨스트월드를 각색해서 다시 만든 드라마다. 보다 철학적인 담론을 하고 있으며 결말의 반전에는 전율이 일었다.
이 드라마는 HBO에서 주로 밀고 있는 <왕좌의 게임> 같이 인생사 새옹지마, 인간사의 생로병사를 다루는 이야기하고는 조금 다르다. 인간의 삶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묻고 있는 이야기다. 인간이 로봇보다 인간다운가, 로봇에게도 인간만큼의 의식이 있다면, 그것이 인간보다 진일보한 의식이라면, 인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인격과 인권과 존엄과 우월성과 사물에 대한 소유권과 욕망을 정당화하고 합리화시킨다. 고등한 정신동물이니까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단순히 인공과 자연, 인간과 지구상 인간 외의 다른 존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이 고등한 의식과 우월의식, 계급적인 의식은 우리가 학습하면서 자라오는 내내 인식하지 못할 만큼 당연한 것이 되었고 이러한 차등과 그에 다른 차별은 인간에게도 이루어지며 당연한 것이 되었다.
HBO드라마는 신체절단이나 섹스 씬, 보다 사실적인 묘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신체절단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복부가 찢어지고 목이 잘리고 총알에 꿰어 너덜너덜 해지고 눈알을 파내고. 이러한 행위들은 호스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적어도 시즌 1에서 인간이 이렇게 잔악하게 살해당하는 경우는 없다. 엘시가 고장난 호스트의 메인보드를 가져가기 위해 QA가 호스트의 목을 톱으로 자르는 장면, 로건이 윌리엄에게 이 세계가 가상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돌로레스의 배를 찢는 장면, 단순히 게스트들이 살육을 즐기기 위해 총을 쏴대는 장면, 윌리엄이 자행한 수 많은 살인들은, 호스트들이 인간과 같은 외형 의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이성적 판단으로 그러한 행위들에 혐오감이나 공감이나, 위화감을 덜 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마치 고대 노예들을 바라보는 귀족들이나 홀로코스트의 군인들이 포로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그 많은 일들을 저질렀다.
이 딜레마는 굉장히 뿌리깊고 현재도 유효하다. 인간이라는 특권의식은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한 우월의식으로 이루어진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당들의 대사 중에 '개미(혹은 벌레)를 죽이는 데도 죄책감을 느끼나?'라는 말은 인간으로서의 자각이 단순히 인간이라는 종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인간'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굉장히 다의적이고 함축적이면서 주관적이고 모호한 것이 되었다. 인간을 고등생물이라 정의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부터 말이다. 인간에 대한 멸시를 드러내는 이들조차 그들을 위해 도축되고 가공된 고기를 먹고 그들을 위해 수 천만 마리의 쥐나 되지가 부작용과 고통을 겪은 끝에 통과한 약을 먹고, 악어나 소가죽으로 된 지갑이나 벨트를 쓰고, 산을 폭파하고 맥을 찾아 만든 리튬 배터리와 철, 은과 금과 구리를 사용한다. 인간이라는 위상은 모순과 역설 그 자체인 것이다.
극단적인 일반화 같으니 어쩌면 신이라는 것도 인간이라는 우월한 존재를 가정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 땅위에서 우리가 이토록 우월한데 우리 위에 더 높은 우월자, 초월자가 없겠는가. 호스트들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그들을 '신'이라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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