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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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 미하일 하네케뭔가 리뷰 2018. 11. 7. 01:46
인정한다. 보면서 울었고 보고나서 한 동안 몸 속에 진동이라도 이는 것 같았다. 최근에 몇 편의 영화를 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와닿은 영화였다. (마음에 들었다기 보다는 그냥 불쑥 튀어 들어왔다고 해야할까.) 에리카는 저명한, 그리고 유능한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교수이다. 그녀는 노모와 살고 있으며 그녀의 이름과 능력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의 마스크 때문인지, 아니면 연출된 디테일 때문인지 그녀는 어딘가 어설프다. 슈베르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연주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외에는 그녀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보기 드물다. 노모는 그녀가 교수가 되고 결혼할 나이가 넘었음에도 통금 시간을 정하고, 그녀의 모든 일에 간섭하려 든다. 단적인 예로 도입부부터 6500프랑에 산 원피스를 가지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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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 이윤기뭔가 리뷰 2018. 11. 7. 01:44
극장에 같이 걸려있던 과 고민하던 차에 결국 이 영화를 선택했다. 후회가 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큰 감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딱, 내가 생각한 영화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여운이 남는 영화.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올 때 이런 느낌을 느낀 것은 오랜만이었다. 남녀 주인공은 각자 가정이 있다. 공유가 연기한 '기홍'은 성공한 건축설계사이지만 철없는(아직 어린) 아내와 마음의 문을 닫은 어린 딸이 있다. 전도연이 연기한 '상민'은 패션 디자이너고 정신과 의사인 남편을 두었으며,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를 아들로 두고 있다. 둘 다 사는 게 버겁다. 분명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고, 나름의 성공을 거머쥐었고 남들이 보기엔 나쁘지 않은 삶인데 둘은 어딘가 위태로우며 불완전하다. 기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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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 양우석뭔가 리뷰 2018. 11. 7. 01:43
말이 필요 있을까. 영화는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 사건'을 각색해 만들었다. 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은 전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가져왔다. 송우석은 대전 판사직을 거친 고졸 출신의 세무 변호사로, 처음에는 부동산 등기업무로 돈을 벌어들이며 데모하는 서울대 출신의 운동권 학생들을 '공부하기 싫으니까' 헛짓거리하는 거라고 매도했지만 부림사건에 최순애의 아들 박진우가 연루되어 한 달 동안 실종되었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자 인권 변호사로서 각성, 진우를 비롯한 9명 학생의 변호인이 된다. 이 영화에서 역시 기억에 오래 남는 대사는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꼬, 바위는 뿌사지가 모래가 되도 계란은 깨어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그 카는 얘기는 모릅니꺼? '이라는 박진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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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 웨인왕 그리고 폴 오스터뭔가 리뷰 2018. 11. 7. 01:41
그냥 가끔 담배를 피고 싶을 때가 있다. 비흡연자지만, 그냥 가끔 한숨을 크게 내쉬는 것 만으로는 도저히 속이 풀어지지 않을 때. 피워본 적도 없고 담배 냄새라면 질색인데도, 담배 생각이 절실 하다. 한 번 피워보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 담배를 피기 시작하는 데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살다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어떤 응어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니코틴 중독이겠지만) 물리적으로 목구멍부터 탁 막힌 것 같은 그 느낌을, 니코틴이 긁고 내려가 줄 때 생기는 시원함이랄지, 제대로 된 숨을 쉰다는 느낌이랄지, MP를 채우는 느낌이랄지,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들. 김소연 시인은 담배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다. " (중략)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정신 건강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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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세요 병헌씨 / 이병헌뭔가 리뷰 2018. 11. 7. 01:40
"엎어진 김에 쉬어갑니다. 가로등이 꾸부정하게 저를 내려다보며 다그칩니다." "신발의 밑창이나 적실만한 깊이로 사람의 발을 적실 수 있겠어요? 어서 돌아가 시나리오를 다시 쓰세요." "그러네요. 네, 다시 해보겠습니다. 근데요 저는 사람의 발이 아니라 마음을 적시고 싶네요, 이번엔 정말..." 영화의 엔딩은 이 구절들이 차례로 나오면서 마무리 된다. 스물을 보고 나서 감독이 궁금해져서 찾아본 영화이다. 감독의 아이덴티티가, 그리고 영화 제작을 꿈꾸는 청년들의 모습이 잘 녹아들어 있다. 영화과에 들어오고 나니 그렇더라. 내가 상상했던 것은 모니터를 보면서, 배우들을 지도하면서 현장을 호령하고 어딘가 깊은 사색이 깃들어 있는 이미지였다. 수더분하지만 어딘가 지적이고 자기만의 세계관이 확고한 사람. 그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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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 장재현뭔가 리뷰 2018. 11. 7. 01:39
신이 과연 존재할까, 인간에게 과연 구원의 가능성은 있을까? 극장을 나오면서 내내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며칠 전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IS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힌 그 테러로 인해 130여명이 사망했고 4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400여 명 중에 100여 명이 중상이라 추가 사상자는 또 언제 생길지 모른다. IS는 파리의 IS에 대한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테러를 자행했다고 했다. 이럴 때, 나는 ‘악’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악이란 무엇일까.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난다.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인간이 하게 되고, 인간이라면 절대 겪고 싶지 않은 재해나 재난을 누군가는 오늘도 당했을 것이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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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 샘 멘데스뭔가 리뷰 2018. 11. 7. 01:38
내가 본 007 시리즈 중에서는 나름의 의미를 담으려 시도한 작품이다. 에서 그러하듯, 스파이는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군사적인 대립은 겉으로 없어 보이지만 정치 체제와 원자력, 핵을 둘러싼 정보 전쟁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냉전시대 이후, 개인이 끊임없이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은 '개인'과 '국가의 이데올로기'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그 정치체제에 따른 이념이 확고하다. 사회주의면 사회주의의, 자본주의면 자본주의의, 국가가 세계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에 따라서 이해관계가 생긴다. 그리고 국가 유지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에서 '이'를 얻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개인'의 위상이다. '개인'의 이념은 확고하지 않다. 모호하다. 무엇보다 공적이지 않고 사적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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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 로베르트 비네뭔가 리뷰 2018. 11. 7. 01:37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독일은패전과 함께 베르사유 강화조약에서 요구하는 전쟁 보상 문제와 정치, 경제적 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실업 문제와, 빈곤, 절망,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독일 영화계는 더 이상 군국주의적인 영화를 만들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고, 영화산업이 통제받게 되자 사회나 정부를 비판하는 주제를 드러내지 못하고 개인의 불안심리를 파내는데 주목하게 된다. 또한 당시 예술가들에게는 오스트리아 생리학자 프로이트의 영향력이 지배적이었으므로 개인의 심리를 표출하려는 성향은 더욱 더 강해졌다. 이러한 가운데 탄생한 표현주의 영화는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작가의 내면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증오, 사랑, 불안, 공포 등)과 인간의 절박하고 역동적인 힘을 기법, 조명, 세트, 연기, 시나리오 등을 통해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