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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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 데이미언 셔젤데뭔가 리뷰 2018. 11. 7. 01:50
결말이 주는 씁쓸함 역시 여운이 컸지만, 역시나 가장 큰 인상은 미아(엠마 스톤)이 부른 'The fools who dream'이다. And here's to the fools who dream Crazy, as they may seem Here's to the hearts that break Here's to the mess we make 그리고 여기 꿈을 꾸는 바보들을 위하여아마도 그들이 미친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죠여기 이 바보들의 부서진 마음을 위하여여기 우리가 망친 것들을 위하여 이 부분에서 울컥했고, 이 부분의 멜로디나 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이 영화는 예술가들을 위한 영화이다. 자기 속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표현했을 때 받게 될 주목과 찬사와 평가들을 위해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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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건 / 제임스 맨골드뭔가 리뷰 2018. 11. 7. 01:49
정말 이 영화는 꼭 보고 싶었다. 주머니가 가벼운지라 웬만해서는 극장보다는 한 철 간 영화를 왓챠플레이나 넷플릭스에서 몰아보는 편인데, 이건 할인도 안 받고 만 원 고스란히 내고 봤다. 이 영화가 담보하는 것은 현실성이었다.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들이 인간들의 배신과 핍박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구하는 영웅적인 서사가 아니라, 돌연변이 이전에 하나의 무력한 인간으로서, 심지어 소외되고 추방되고 섞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의 로건을 영화는 그려냈다. 이제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찰스 자비에(프로페서가 대명사)를 봤을 때부터, 아마도 관객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하고 억 소리를 냈을 것이다. 돌연변이들의 일탈을 막고, 보호하고, 그들의 능력이 바른 쪽으로 사용되도록 언제나 이끌어주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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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나뭔가 리뷰 2018. 11. 7. 01:48
모아나는 끊임없이 자신이 누구인지 묻는다. 그녀의 아버지는 절대 암초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일러둔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바다로 나가고 싶어한다. 그런 그녀를 인정하는 것은 할머니 뿐이다. 할머니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에게 조상들의 항해를 알려주고 어째서 바다에 나가지 않게 된 것인지 알려준다. 모아나가 조상들의 배를 모아둔 동굴에 들어갔을 때, 어쩐지 그녀의 모습이 익숙했다. 모래 위에 서 있는 한 척 한 척의 배들을 보며 기대 가득한 모습이 지식을 추구하고 어디론가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 영화는 인간 역사와 미래의 근간으로 한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건 개척과 정체성이다. 우리는 다들 저마다의 분야에서 배를 타고 항해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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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월드 (드라마)뭔가 리뷰 2018. 11. 7. 01:47
예전에 나왔던 웨스트월드를 각색해서 다시 만든 드라마다. 보다 철학적인 담론을 하고 있으며 결말의 반전에는 전율이 일었다. 이 드라마는 HBO에서 주로 밀고 있는 같이 인생사 새옹지마, 인간사의 생로병사를 다루는 이야기하고는 조금 다르다. 인간의 삶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묻고 있는 이야기다. 인간이 로봇보다 인간다운가, 로봇에게도 인간만큼의 의식이 있다면, 그것이 인간보다 진일보한 의식이라면, 인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인격과 인권과 존엄과 우월성과 사물에 대한 소유권과 욕망을 정당화하고 합리화시킨다. 고등한 정신동물이니까 그럴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단순히 인공과 자연, 인간과 지구상 인간 외의 다른 존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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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 미하일 하네케뭔가 리뷰 2018. 11. 7. 01:46
인정한다. 보면서 울었고 보고나서 한 동안 몸 속에 진동이라도 이는 것 같았다. 최근에 몇 편의 영화를 봤는데 그 중에서 가장 와닿은 영화였다. (마음에 들었다기 보다는 그냥 불쑥 튀어 들어왔다고 해야할까.) 에리카는 저명한, 그리고 유능한 피아니스트이자 피아노 교수이다. 그녀는 노모와 살고 있으며 그녀의 이름과 능력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의 마스크 때문인지, 아니면 연출된 디테일 때문인지 그녀는 어딘가 어설프다. 슈베르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학생들의 연주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외에는 그녀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보기 드물다. 노모는 그녀가 교수가 되고 결혼할 나이가 넘었음에도 통금 시간을 정하고, 그녀의 모든 일에 간섭하려 든다. 단적인 예로 도입부부터 6500프랑에 산 원피스를 가지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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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 이윤기뭔가 리뷰 2018. 11. 7. 01:44
극장에 같이 걸려있던 과 고민하던 차에 결국 이 영화를 선택했다. 후회가 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큰 감흥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딱, 내가 생각한 영화였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여운이 남는 영화. 영화를 보고 극장에서 나올 때 이런 느낌을 느낀 것은 오랜만이었다. 남녀 주인공은 각자 가정이 있다. 공유가 연기한 '기홍'은 성공한 건축설계사이지만 철없는(아직 어린) 아내와 마음의 문을 닫은 어린 딸이 있다. 전도연이 연기한 '상민'은 패션 디자이너고 정신과 의사인 남편을 두었으며,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를 아들로 두고 있다. 둘 다 사는 게 버겁다. 분명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고, 나름의 성공을 거머쥐었고 남들이 보기엔 나쁘지 않은 삶인데 둘은 어딘가 위태로우며 불완전하다. 기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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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 양우석뭔가 리뷰 2018. 11. 7. 01:43
말이 필요 있을까. 영화는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 사건'을 각색해 만들었다. 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은 전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가져왔다. 송우석은 대전 판사직을 거친 고졸 출신의 세무 변호사로, 처음에는 부동산 등기업무로 돈을 벌어들이며 데모하는 서울대 출신의 운동권 학생들을 '공부하기 싫으니까' 헛짓거리하는 거라고 매도했지만 부림사건에 최순애의 아들 박진우가 연루되어 한 달 동안 실종되었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자 인권 변호사로서 각성, 진우를 비롯한 9명 학생의 변호인이 된다. 이 영화에서 역시 기억에 오래 남는 대사는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꼬, 바위는 뿌사지가 모래가 되도 계란은 깨어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 그 카는 얘기는 모릅니꺼? '이라는 박진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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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크 / 웨인왕 그리고 폴 오스터뭔가 리뷰 2018. 11. 7. 01:41
그냥 가끔 담배를 피고 싶을 때가 있다. 비흡연자지만, 그냥 가끔 한숨을 크게 내쉬는 것 만으로는 도저히 속이 풀어지지 않을 때. 피워본 적도 없고 담배 냄새라면 질색인데도, 담배 생각이 절실 하다. 한 번 피워보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 담배를 피기 시작하는 데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살다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어떤 응어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니코틴 중독이겠지만) 물리적으로 목구멍부터 탁 막힌 것 같은 그 느낌을, 니코틴이 긁고 내려가 줄 때 생기는 시원함이랄지, 제대로 된 숨을 쉰다는 느낌이랄지, MP를 채우는 느낌이랄지, 뭐 그런 느낌적인 느낌들. 김소연 시인은 담배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다. " (중략)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정신 건강에 ..